스리랑카 동부 지역에 위치한 바티깔로아 군의 빈곤율은 스리랑카 평균 빈곤율 보다 3배에 이를 만큼 많은 주민과 아이들이 가난으로 고통 받는 지역입니다. 오랜 내전과 자연재해는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주민들의 삶을 파괴했지요. 가난한 바티깔로아 주민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머리를 맞댄 월드비전과 코이카(KOICA)는 ‘친환경 농업’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2013년 부터 지금까지 바티깔로아 지역주민들에게 친환경 농법을 교육하고, 필요한 자원 등을 전하며 2,300개 농가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소득 증대'를 이끌었습니다.
바티깔로아 주민들의 형편을 쭉, 피게 한 ‘친환경 농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친환경 농업 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푸른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레드수미 씨와 레쿠마르 씨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자연과 사회를 함께 살리는 친환경 농업!
친환경 농법이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지속가능 한 농업 방식을 말합니다. 친환경 농법은 농가와 소비자 그리고 토양과 물을 각종 화학 약품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죠. 월드비전과 코이카(KOICA)는 농업 생산량 증대를 통한 영양 개선과 소득 증대를 넘어, 친환경 농산물의 판매망을 전국단위로 확대하여 농민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스리랑카 최대 친환경 농산물 유통사와 협약을 맺어 전국으로 판매되는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바티깔로아 도심 지역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답니다.
농산물 생산자 그룹을 만들어 농가에서 생산한 수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그룹들을 총괄하는 대표 모임을 조직해서 월드비전 사업이 끝난 뒤에도 친환경 농산물 재배와 판매가 유지 및 확장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고 있습니다. 토지가 없는 취약계층 1,500명을 위해서는 고용 및 친환경 농업 재료 생산 교육 등을 지원하여 이들 역시 친환경 농업을 가깝게 접하고 익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어요.
도심 지역에 판매할 친환경 농산물을 운송 트럭에 싣고 있는 모습
모든 것을 걸었던 농사의 실패,
친환경 농업으로 다시 일어섰어요.
"큰 아이가 겨우 9살 때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일을 못하게 됐어요. 수입은 없는데 남편 치료비로 빚까지 지게 되니 절망 뿐이었죠. 아이들 식사도 제대로 챙겨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눈물로 수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스리랑카 동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레드수미 씨(55세)는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레드수미 씨는 채소와 과일을 키워 시장에 팔아 돈을 벌어보려 했지만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끼니마저 걸러가며 적은 농산물이라도 팔아 겨우겨우 생필품과 남편 치료비를 마련했습니다. 그렇지만 생활비는 늘 부족했지요. 레드수미 씨는 농산물을 많이 수확하기 위해 주머니를 털어 다양한 채소와 야채 씨앗 그리고 생산량을 높여준다는 주변의 말에 화학 비료도 구매했지요.
매일 새벽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아픈 남편을 돌본 뒤 뙤약볕 아래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밭에서 일을 하면서 레드수미 씨의 손과 발은 울긋불긋한 반점으로 뒤덮였어요. 화학 비료 때문이었죠. 그녀는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하여 절대 텃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피부병까지 나며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량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와 과일은 시들시들했고 토양마저 점점 건조해지며 변색되어 갔어요. 수중에 남은 돈을 모두 밭에 투자한 레드수미 씨는 망연자실했어요. 그렇게 절망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월드비전 직원이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친환경 농업으로 짓는 농사에 관심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월드비전에서 직접 가르쳐줄 수 있다고 했어요.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겠다 했습니다.”
레드수미 씨는 친환경 농업의 원리와 방법, 농기에 맞춘 농산물 관리법, 자연재해 예방 및 대처 방안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녀는 두 달 만에 화학 비료를 쓰는 대신 친환경 농법으로 완전히 바꾸어 지금까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수확한 농작물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레드수미 씨의 막내 아들
"월드비전에서는 씨앗, 묘종, 농기구도 지원해주었죠. 무엇보다 펌프와 스프링쿨러 시스템도 마련해 주어서 쉽게 밭에 물을 댈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고 기뻐요!"
몇 번의 수확을 거치며 점차 농산물 수확량이 늘어났고, 레드수미 씨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수확물을 마을과 도심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레드수미 씨 가정은 수입이 늘어나며 빚을 모두 갚고 조금씩 저축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에서 유명한 친환경 농업 전문가인 레드수미 씨는 다른 농부들에게도 친환경 농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어요.
월드비전은 친환경 농산물 판매대 운영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배우며 가장 놀랐던 점은 농산물 재배를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집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과일 껍질이나 생강, 조개 껍데기로 친환경 비료를 만들어 사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땅을 비옥하게 할 수 있었어요.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얻은 첫 수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샛노란 옥수수와 선명한 보랏빛의 가지... 화학 비료를 썼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싱싱하고 탐스런 농산물을 보니 건강한 아이를 낳은 듯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친환경 농업 전문가 레드수미 씨는 친환경 퇴비 판매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또, 돈이 좀 더 모이면 농지를 더 늘려 예전의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친환경 농업을 통해 찾은 희망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은 레드수미 씨의 오늘은 참으로 푸르릅니다.
친환경 농업으로 희망과 웃음을 찾은 레드수미 씨 가족
화학 비료 때문에 쓰러진 레쿠마르 씨,
친환경 농업이 건강을 되찾아 주었어요.
“농장에서 물을 마시다 의식을 잃었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의사는 저에게 독주나 마약을 하지 않는지 묻더군요. 아니라고 말하자 제 혈액에 독성이 있는데 독뱀이 물어도 뱀이 오히려 독살을 당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스리랑카 동부 지역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레쿠마르 씨(39세)는 농사에 사용해 온 비료, 살충제, 제초제가 그의 몸에 쌓여 혈액이 오염되어 쓰러졌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농장일을 하던 그는 오랫동안 독한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있었죠. 레쿠마르 씨는 아버지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화학 비료를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고 농작물마다 어떤 시기에 어떤 화학 비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훤히 알알았습니다.
그는 20년 정도 이렇게 농사를 지으며 몇 번 쓰러진 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 하루에 서너번씩 쓰러지곤 했고, 결국 병원에 실려 가서야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화학 비료 때문이었죠. 한 달간 혈액정화치료를 마치고 가족에게로 돌아왔지만 생계를 위해 농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는 울면서 농사를 그만두자 했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농사를 짓던 어느 날 아내가 월드비전에서 주최하는 농업 회의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아내를 회의에 데려다 주려고 나선 그 길에서 친환경 농업을 처음 접했습니다."
레쿠마르 씨는 자신을 병들게 한 화학 비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에 친환경 농업 사업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면적부터 친환경 농법을 적용해 보았지요. 월드비전에서 배운 대로 잡초를 뽑거나 쟁기로 땅을 일구지 않고, 건초와 쌀 껍질 등으로 땅을 덮어 땅에 영양분을 공급했습니다.그리고 집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쌀, 설탕, 마늘 등으로 유기 혼합물을 만들어 땅에 뿌렸습니다. 오랫동안 화학물질로 농사를 짓던 땅을 친환경 농업에 적절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데 몇 개월이 걸렸지만 레쿠마르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비옥해진 토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레쿠마르 씨
레쿠마르 씨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조금씩 수확량이 늘어났습니다. 농지를 확장하여 충분한 농산물을 얻게 된 레쿠마르 씨는 월드비전에서 구축한 친환경 농산물 판매망을 통해 농산물을 팔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19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졌지만 레쿠마르 씨는 월드비전을 통해 농산물을 좋은 가격으로 콜롬보에 있는 수출 업체에 판매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지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레쿠마르 씨는 자신의 건강만큼 회복된 토양을 볼 때 더없이 기쁩니다.
“땅을 일구지 않아도 방금 갈아놓은 땅처럼 보일 정도로 토양이 비옥해졌고, 수분 유지 능력이 좋아졌어요. 아내는 더 이상 제 몸이 상할까 걱정하지 않고요.아이들 역시 화학 물질 걱정 없이 자유롭게 농장에서 뛰어 놀지요. 그 어떤 것도 건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싱싱한 농작물 만큼의 기쁨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땅에도 사람에게도 무해한 채소와 과일이 맺혀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이 나요.”
가족 다음으로 친환경 농업이 중요하다는 레쿠마르 씨는 땅과 사람에게 모두 유익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 설 거라고 합니다.
코이카(KOICA)와 월드비전 후원자님의 나눔으로 펼쳐지고 있는 친환경 농업 사업으로 화학 비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던 스리랑카 동부 지역에 희망의 새싹이 쑥쑥 솟아나고 있습니다. 파릇파릇 새싹처럼 건강하게 자라 나고 있는 그 곳의 아이들과 희망찬 내일을 꿈꾸는 주민들의 마음을 가득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지구와 스리랑카 아이들을 지켜주셔서 감사 드려요! 후원자님.
글과 사진 월드비전 국제개발사업2팀 정도란, 유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