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그냥 불량학생 아니야? 가출팸으로 다니다 돈 떨어지면 청소년 쉼터에 가겠지 뭐,
월드비전 매거진팀도 처음엔 위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국의 가출아동 통계와 청소년 쉼터 아이들의 목소리, 전문가들 모두 전혀 다른 사실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생각 외로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출 청소년 아이들의 사실들 또는 진실을 확인하세요.
1. 가출 청소년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다. 정말 많다.
가정밖청소년 캠페인 동영상캡처(월드비전)
통계청(2019)에 따르면, 전국의 초·· 중 · 고등학생 숫자는 545만 입니다. 한편, 전국 초중고생 중 최근 1년 내 가출 경험 비율은 3.5%를 기록했는데요. (2019,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를 단순 환산 시, 무려 190,855명 아이들이 가출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숫자가 감이 오지 않으신다고요?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의 초중고교생 전부를 합친 숫자(180,389)보다도 많다고 한다면,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서초, 강남, 송파구에 살고 있거나 우연히 방문했는데, 만났거나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모두가 올해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이라면 어떨까요? 게다가 실제로는 가출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설문 조사에서는 가출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거나, 통계에 안 잡힌 실제 가출 아동 등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19만 명보다도 많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가출, 어떤 이유로 발생한 것일까요?
2. 다섯 명 중 세 명은 살기 위해 탈출했다
가정밖청소년 캠페인 동영상캡처(월드비전)
대부분은 가정폭력이죠. 엄마가 툭하면 때리고, 칼로 죽이려고 한 적도 있대요. 무서워서 집을 나왔다는데, 엄마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가은-가명, 여, 위기청소년 거리상담에서)
아버지에게 망치로 맞다 도망친 남학생,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 등
가출이 아닌 탈출인 셈이에요. 가정학대, 방임(버림받음) 등 문제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가출이 아닌 탈출인 셈이에요. 가정학대, 방임(버림받음) 등 문제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위 표의 붉은색과 노란색 그래프입니다. 2019청소년쉼터실태조사(월드비전공동)
월드비전 매거진팀은 여기서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냥 ‘공부하기 싫고, 부모님에게 반항하려고 가출하는 것 아닌가’ 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사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한 아이들이 진짜로 많은데도 말이죠. 어렸을 때 객기나 방랑이 아니라, 부모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또는 버려져서 집을 나온 아이들이 많다는 것인데요.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9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중 가정폭력/불화를 이유로 답한 비율은 무려 62%에 달했습니다. 특히 가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욱 오랜 아이들일수록 즉, 3개월~3년 등 장기간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출 아동일수록 가정폭력/불화 응답 비율이 높았습니다. (2019 청소년쉼터 실태 조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그래프 : 2019청소년쉼터실태조사(월드비전공동)
그래서일까요. 집에 돌아가길 거부하는 가출 아동들은, ‘가정폭력의 되풀이’,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 두려움’ , ‘돌아갈 집 자체가 없음’을 주된 이유로 답했습니다. 가출 사유 응답과 연관지어보면,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 까봐’라는 응답 속에 학대나 방임 등 폭력이 포함될 여지도 많아 보입니다.
3. 절반 이상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요? 그냥 공부하기 싫고, 반항심에 집을 나온 아이들이 가출 청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고요?놀랍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월드비전에서 청소년쉼터협의외와 함께 전국 129곳의 청소년 쉼터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출청소년들의 50%는 상급학교 진학, 검정고시 등 어떤 형태로든 학업을 지속하길 희망했습니다.
사진 : 월드비전에서 2020년 진행한 ‘가정밖청소년 인식개선 캠페인’
이미 많은 전문가/연구기관들은‘모든 가출 청소년은 당연히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봤기에, 학업 욕구가 없다고 간주해온 사회의 경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가출 아동들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거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색안경을 끼고 봐왔다는 뜻인데요.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에서, 가출 아동 학업 지원, 학교 연계 등의 도움이 부족하다 보니, 원치 않게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출 기간이 길어지는 아이들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가정폭력 등 이유로 집을 탈출하다시피 한 아이들이 다시는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에 가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데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 가출 청소년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출산율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가정밖청소년 캠페인 동영상캡처(월드비전)
무려 20만 명 초중고교생들이 사회에서 소외될 위험에 놓인 ‘가출청소년’ 문제는 국가 관점에서는 출산율 문제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낳았지만 그 아이들이 사회의 필요한 일꾼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나라의 구조라면, ‘많이 낳도록 장려’하는 것만큼 잘 키우는 것에도 주목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도 ‘인구절벽 현상과 청소년 정책의 과제’(2018) 보고서를 통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필요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감소하는 청소년 인구 해결을 위한 정책의 핵심 대안 중 하나라고 명시했습니다.
월드비전 가정밖 청소년 사업참여아동이 직접 지은 시 (캠페인 영상 캡처)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만 보면, 가출청소년 문제 해결에 관심이 부족해 보입니다. 한 언론사에서 집계한 2017년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예산은 22조 4,560억원인 데 비해, 위기청소년 관련 예산은 1,84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가출청소년 문제를 터부시하는 사회, 청소년쉼터 설립을 꺼리는 지자체와 주민들, 행정 사각지대에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이 쉽지 않은 현실까지…갈 길이 먼데요. 월드비전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지난 8월 ‘가정밖 청소년’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하나씩 여러분과 같이 해결하고 싶습니다.
5. 사람들은 따뜻하다. 생각보다 더
월드비전 가정밖청소년 캠페인 배너 캡처
(어른들은) 진지하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출된 청소년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봐주세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 문제를 풀어가면 되요. (@jaemin072님)넘 멋지다 집으로 돌아가라는 대신 안전한 공간과 희망을 (@ye_jin_0002님)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곘습니다 (@imsangil4005 님)
월드비전 가정밖 청소년 캠페인에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와 격려를 보내주셨고, 무엇보다도 그 따뜻한 마음들에 정말 감사했답니다. 처음 캠페인을 통해, 편견이나 사람들의 터부를 환기시켜 드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요. 그 목표가 무색할 만큼 수많은 응원과 호응에 당황했을 정도였답니다.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월드비전은 앞으로 시범/특화 사업과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가정밖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혹시 만약 주변에서 가정밖 아이들, 관련한 문제를 만나신다면 지금보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아이들은 정말 놀랍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도요. 작은 도움과 관심 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