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툭툭. 리듬 소리를 따라 들어선 작업장에서 장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툼한 손에 멋스러운 안경, 따뜻한 미소를 지닌 홍경호 하루팔찌 장인 곁에서 하루팔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왔다.
Q. 대표님 소개와 가죽 제품을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가죽 제품을 만드는 웨이스트클레이션 대표 홍경호입니다. 가죽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 입니다. 제 누님께서 패션 악세서리 사업을 하셨는데, 제가 함께하게 된 거죠. 이 사업을 알아갈수록 ‘가죽’이 참 좋았어요. 제가 창조적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낸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어서 20년전 부터 지금까지 가죽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월드비전과 하루팔찌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월드비전은 제겐 익숙한 단체였어요. 누님께서 22년간 꾸준히 월드비전 국내아동후원을 하고 계셨거든요. 그러던 중 월드비전에서 제게 연락이 왔어요. 전쟁 속 아이들을 지켜주는 팔찌를 기획했는데, 함께 개발해보지 않겠느냐고요. 그때 전쟁으로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알게 되고, 난민촌에서 사용하는 팔찌 색의 의미와 월드비전이 이런 지역에서 아이들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지 알게 됐죠. 설명을 듣고 나니 저도 제 전문성을 가지고 월드비전과 함께 아이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에게 하루팔찌가 와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가죽 장인 중 제 동생이 이 일을 한다는 게 진정으로 뿌듯합니다.” -22년 차 월드비전 국내아동후원자이자 하루팔찌 장인의 누나 홍점화님
Q. 하루팔찌 만들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처음에는 5개를 만드는데 거의 8시간이 걸렸어요. 하루팔찌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이 극소수입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한땀한땀 보듬어주어야 해요. 특히 삼색 고리는 하루팔찌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더 신경을 쓰는데, 크기가 작아서 상당히 다루기 힘듭니다. 제단하고, 구멍을 뚫고, 손바느질하는 모든 과정 내내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이야기 하다 보니 삼색 고리가 전쟁 속 아이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작지만 소중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실수로 버려지면 안되는 것처럼, 제게는 아이 같은 삼색 고리들이 실수로 버려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작업합니다.
Q. 수작업이라 업무가 엄청날 것 같은데, 하루팔찌 만들 때, 안 힘드세요? 하루팔찌를 만들 때 힘든 거 모릅니다. 일은 시작되면 즐겁게 해요. 내 마음이 무거우면 다칠 수도 있고, 제품도 잘 안 만들어지고요.
그저 팔찌를 받으시는 후원자들과 제 작은 힘이 모아져서 큰 힘이 되어, 우리가 돕는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그 아이들이 다시 우리처럼 사회에 기여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만듭니다.
“처음엔 8시간이 걸렸어요.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고, 한땀한땀 보듬어 주어야 해요.”
“제게는 아이 같은 삼색 고리들이 실수로 버려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작업합니다.”
Q. 베지터블 가죽이란 게 뭔가요? 하루팔찌는 천연소가죽을 가지고 만드는데요. 모든 가죽은 썩지 않도록 처리하는 과정(무두질)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에서 나온 성분인 탄닌으로 여러 번 처리해 생산하는 가죽을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합니다. 식물성 처리방식은 화학성분을 사용할 때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지만 그 성분이 식물성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죠. 그리고 하루팔찌는 이탈리아 베지터블 가죽협회 베라펠레(Consorzio Vera Pelle Italiana Conciata al Vegetale)라는 믿을만한 가죽협회의 인증을 받은 가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베지터블 가죽인 하루팔찌는 ‘에이징’이 된다고 하는데 그게 뭔가요? 에이징은 가죽이 공기, 빛, 사람의 유분 등과 접촉해서 자연 발화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징 되어, 점점 고풍스러운 진갈색으로 변하고 가죽도 더 부드러워집니다.
가죽도 사람의 인생살이와 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삶에 어떤 이야기를 채웠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도 변해가듯, 팔찌도 마찬가지죠. 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멋있게 농익어가는 거죠. 또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나만의 팔찌가 되는거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삶에 어떤 이야기를 채웠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도 변해가듯, 팔찌도 마찬가지죠.”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나만의 팔찌가 되는 거죠.”
Q. 팔찌 장인으로서 후원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후원자님! 하루팔찌는 작지만 큰 팔찌입니다. 우리의 작은 힘이 하나하나 모여 커다란 힘으로 아이들을 도우니까요. 후원자님들께서 하루팔찌를 차시는 것만으로 일상 속에서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끼시도록 저도 하루팔찌, 잘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하루팔찌
* 하루팔찌 디자인은 벨테소로 주얼리(Bel tesoro)에서 참여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