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우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당연하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난민(refugee)*인데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하루 아침에 우간다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된 젬베 가족의 휴대폰 기록으로 난민의 생생한 현장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난민: 난민협약 국제법상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됨. UNHCR에 의하면 분쟁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은, 자국이 이들을 보호할 수 없거나 보호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일반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됨.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젬베(Zembe, 39세)는 남편 레온(Leon, 45세)과 결혼해
사랑스러운 두 딸 카핑가(Kapinga, 10세)와 이슈티(Ishutsi, 1세)를 낳아 매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날도 아주 평범하게 시작한 하루였어요. 남편 레온이 출근한 후, 딸 카핑가와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갑자기 남편 레온에게 전화가 왔어요.
“여보, 여보!(헉헉)”
“여보, 무슨 일이에요?”
주변의 소음과 헐떡이는 숨소리 때문에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영상 통화로 전환하자, 레온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여보, 지금 상황이 심각해요! 지금 당장 떠나야 해요!”
“여보, 지금 당신 어디에요? 레온! 레온!”
그 순간 레온의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면서 달리는 발과 땅만 보이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잠깐만, 아가야. 엄마가 무슨 일인지 알아볼게"
너무 놀라 남편 레온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레온, 나 너무 무서워요."
"지금 당장 떠나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집은 어떻게 해요?"
"가축들은요?"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겠는데, 어떡해요!"
뉴스 속보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어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나 우간다 국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요. 그들이 오고 있어요. 일단 우간다 국경으로 가요. 여보, 카핑가 사랑해요. 카핑가에게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해줘요."
무섭지만, 남편의 말대로 떠나려고 합니다.
일단 출발을 했지만, 어디로 갈지 너무 막막했어요.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우간다 어디로 가야 해요?"
"어디로 가야 안전할 지 모르겠어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국경을 한 번 찾아볼게요."
지도 앱으로 우간다를 어떻게 가는지 검색해봤어요.
걸어서 가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우간다까지 무려 7일이나 걸리네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와 같이 피난을 떠나는 무리를 찾았어요. 그런데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하네요.
어른인 나도 힘든데, 딸 카핑가는 얼마나 힘들까요. 오, 버스를 발견했어요.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우리 행선지를 알리기로 합니다.
"여보, 체리(Cherie)로 가는 버스를 찾았어요. 자리가 별로 없었는데, 감사하게 우리를 태워줬어요. 카핑가가 너무 힘들어해서 더 걷기가 어려워요."
의젓하게 동생을 안고,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준 카핑가... 남편이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사진을 보내봅니다.
"우리 카핑가는 정말 씩씩해요."(전송 실패)
"신호가 잘 안 잡혀요. 이 메시지들이 제발 가기를..."(전송 실패)
우리 나라에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심각한 뉴스 속보들이 이어집니다.
- BBC - 백신 예방 접종, 시간과의 싸움
- AL JAZEERA -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지역의 심각한 식량 부족
- CNN - 성폭력이 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
- Facebook 안전 체크 - 지금 안전한지 알려주세요
"배터리 부족, 5% 남았습니다."
곧 휴대전화가 꺼질 것 같아요. 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메시지를 남겨봅니다.
"이제 국경 근처에 왔어요. 방금 어떤 여자와 아이가 버스에서 쫓겨났어요. 우리도 내리게 할까 봐 무서워서 돕지 못했어요."
"이제 국경이 보여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저들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죠? 우리가 맞는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디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휴대폰을 통해 우간다에 도착한 걸 알 수 있었어요.
"우간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귀하의 통신 사업자 network는 서비스 지역이..."
"여보, 왜 답이 없어요. 당신 없이 우리끼리는 해낼 수 없어요."(전송 실패)
아이 둘을 데리고 무작정 길을 나서 우간다 국경을 넘게 된 젬베는 무사히 남편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만 5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났습니다. 전 세계에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집을 떠난 사람들이 7천9백만 명입니다.(2020년 기준, 출처: UNHCR)
이렇게 젬베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젬베 가족이 사는 콩고민주공화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아래 2가지 키워드로 알려 드려요!
#역설의 나라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은 풍부하지만 가난한, 역설의 나라입니다. 막대한 양의 석유, 다이아몬드, 금 등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인구의 대부분 (약 64 %)이 하루에 1.9 달러 미만으로 생활합니다.
#집을 떠난 국민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 나라
콩고민주공화국은 정치적 불안정, 무력 충돌, 인권 침해로 가득 차 있어요. 2016년 카사이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5개 주요 지역으로 확산 되었습니다. 그것은 군대와 분열된 민족 민병대 사이의 갈등이었습니다. 2017 년과 2018년에 전국적으로 210만 명의 이재민이 새롭게 발생하여 그 결과 분쟁으로 집을 떠난 국민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처럼 분쟁이 일어나 집을 떠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나 경제위기, 정치적 탄압 등 생존이나 생계를 보장할 수 없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난민이 급증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인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고 있는데요. 시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난민이 발생한 국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