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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뎁스 메뉴 열기/닫기오래 듣는 귀, 천천히 보는 눈, 맑게 번지는 미소
함께 보낸 세월만큼 닮은 점도 많은 할머니와 손녀딸.
무엇보다 ‘약자를 위로하는 삶은 봉사가 아닌 기쁨’이라며 의사로, 구호활동가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시린 마음을 녹여줄 손난로 같은 이들의 닮은꼴 인생을 소개합니다.
매일 아침 30명 넘는 환자들을 회진하는 한원주 과장(92).치매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회진하며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귀를 기울이고, 때론 노래도 부르며 마음을 나눕니다.
“한 과장님 진료를 받으면 병이 나아요. 이런 의사 선생님은 처음이라니까요.”
1926년생, 92세 현역 의사. 총기가 흐려질 나이지만 EMR(컴퓨터식 전자차트)을 능숙하게 다루며 누구보다 꼼꼼히 진료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우리시대 소외계층은 노인이 아닐까해요. 말동무 하나 없이 쓸쓸한 하루를 보내는 분들. 본인들은 아니라 하시지만, 마음 속엔 허전함이 있거든요. 이런 분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 병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의 곁을 지키는 그녀의 인생은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별 후 시작 되었습니다.
고대 의대 전신인 경성 의학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인 병원을 운영하던 1978년, 한원주 과장은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습니다. 이후 그녀는 병원을 정리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열어 30년 간 의료봉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돈은 먹고 살 만큼만 있다면 그저 감사하니, 내 기술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자’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으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이야기부터 꺼내시는 할머니.‘한국전쟁 당시 월드비전 같은 구호단체가 세운 학교와 병원을 다니며 서양 의학을 접했다’ 말씀 하십니다.
“당시 세상에서 가장 가난 했던 나라 한국으로 손을 내민 누군가가 있었기에, 나도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해요.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요.”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불과 2년 전인 89세가 될 때까지 매년 해외 의료 봉사를 다닌 한원주 과장.
그녀의 친손녀 김혜인 양도 할머니와 함께 해외 의료 봉사길에 올랐고, 그렇게 할머니를 닮은 삶이 시작 되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제 또래 친구들을 검진하는 의료봉사에 동행한 적이 있어요. 저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죠. 그 때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자란 것 같아요. 할머니처럼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산 덕에 자연스레 나눔 DNA를 물려 받은 혜인 양. 항상 새벽 5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환자들을 돌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혜인 양은 삶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전 세계 가장 소외된 아이들을 돕는 국제구호NGO 월드비전에서 일하기 시작해, 벌써 5년차 구호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월드비전에서 일한다고 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니까 힘들겠다’라던지 ‘착한일한다’며 칭찬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하죠.
‘내가 봉사를 한다’가 아니라?이 삶은 저에게 당연한 거예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정말 할머니를 많이 닮은 거 같네요(웃음).”
얼마 전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의사에게 수여하는 ‘성천상’을 수상한 한원주 과장. 과장님은 ‘가장 어려운 곳에 써달라며’ 월드비전에 상금 일부를 전달하셨고,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기근을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로 소중한 후원금이 전달 되었습니다. 사실 한 과장님은 평소에도 많지 않은 월급의 대부분을 후원하며, 눈에 보이는 환자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약자까지도 돌보는 사랑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혜인 양은 그 소중한 사랑을 받아 전 세계로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인터뷰를 마치며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요즘은 ‘나’를 돌보고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런데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고.
사랑의 대상이 있을 때, 내가 그 대상에게 사랑을 줄 때, 나도 다시 사랑을 전해 받잖아. 그렇게 주고 받는게 사랑인거라.
그러니까 결국 사랑을 베푸는 것이?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거라-.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즐겁게 기쁘게 살아 왔으니 내가 감사하지.”
삶이 허락하는 날까지 소외된 사람의 곁을 가장 가까이 지키는 대의의 길을 걷고 싶다는 의사 한원주.
그리고 그 길을 뒤따라 걷는 손녀, 김혜인.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어르신을 위로하는 한원주 할머니의 손과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아이를 위로하는 손녀딸 혜인의 손.
이 위로의 손길 끝으로 누군가는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으로 이 세상은 한결 따듯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따스한 위로가 되어 추운 겨울을 나는 여러분에게 닿기를.
글. 배고은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 한원주 제공, 월드비전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