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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뎁스 메뉴 열기/닫기- 9월 월드비전 새내기 모임을 다녀와서
필자 소개 정유선 2018년 8월 월드비전 후원동행2팀에 입사해 이제 막 한 계절을 보낸 신입직원입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NGO 파견 직원으로 종족 박해 및 에이즈 피해 아동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 동안 주변을 관찰하고 들은 이야기를 브런치에 게재,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후원으로 세상 변두리까지 힘을 실어 보낼 수 있다고 믿는 그녀는 월드비전과 함께 가장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 곁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습니다. |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해리 포터의 놀라운 이야기는 한 외로운 소년이 마법사 세계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된다. 마법사의 거리에 처음 들어선 꼬마 해리의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고 모두가 대단하다. 월드비전에 갓 입사한 내 마음이 딱 그랬다. 나름대로 인도에 사는 동안 아동 후원에 대한 애정을 깊이 품었다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하니 내가 대체 여길 무슨 행운으로 붙었나 싶을 만큼 나만 빼고 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입사 두 번째 달이 차오르는 지금도 매일 새롭게 배울 것 투성이지만 적어도 어깨를 짓누르는 긴장은 풀렸다. 그건 정말이지 다른 직원들 덕분이었다. 작은 일 하나를 끝마쳐도 “잘했어요.”라고 격려 받을 때마다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일 자체에서 감동받는 순간도 있었다. 한번은 아동 편지를 번역하는데 글씨며 맞춤법이 엉망이라 읽기가 어려웠다. 무슨 글자인지 고민하느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저는 요즘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저절로 표정이 풀어졌다.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에 촛불 하나 켠 듯 따스해졌다.
월드비전에서 또 현지에서 받은 이 따뜻한 마음이 어떻게 하면 후원자님들께 오롯이 전달될까 고민하는 게 내 업무였다. 그래서 새내기 후원자 모임에 신입직원이 함께한다는 말을 듣고 무척 두근거렸다. 이제 막 후원을 시작하신 후원자님들께, 후원이라는 그 결정이 만들어낸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드리고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따뜻하게 맞아드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후원자님들을 보며 내 마음이 따뜻해져 코끝이 찡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모임 장소로 들어오시는 후원자님들의 표정은 갓 입사한 내 표정과 비슷했다. 처음이기에 느끼는 긴장, 또 처음이기에 느끼는 호기심과 설렘. 뭐라도 열심히 해서 세상이 좀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 그렇기에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 그건 결국 내가 인도에 살며 배운 것-후원이 정말로 아동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걸 믿고, 만나본 적도 없는 아동을 사랑으로 품는 마음이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느라 후원자님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짧은 대화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후원아동에게 전달될 선물에 색칠을 하고 사진과 함께 편지봉투에 넣으면서 이 분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고 계신지를. 이 분들이 세상 변두리에 보내고 싶은 것은 돈뿐만 아니라 깊은 애정과 호기심도 함께라는 것을.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후원’만큼은 처음인 후원자님들 얼굴을 마주할 때 나는 거기서 위로를 받았다. 마법사의 세계에 갓 끼어든 사람처럼 서툴고 모자란 스스로를 보며 자신감이 없던 차였는데, 후원자님들의 반짝이는 얼굴을 보니 “처음”이 얼마나 빛나는 단어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중은 나중이라 소중하지만 처음은 처음이라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깨뜨리고 터트리며 나온다. 안락한 저녁을 깨뜨리고 모인 그 날 후원자님들의 눈빛에서도, 그 돈으로 할 수 있었을 다른 어떤 기회비용보다 후원에 더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기꺼이 깨뜨려 보낸 후원금에서도, 낯선 곳의 낯선 이들에게 어색함을 깨뜨리고 먼저 던진 질문에서도, 아프리카에서 갓 돌아온 직원들의 따끈따끈한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터트리던 웃음에서도.
그리고 그 처음은 언젠가 또 다른 처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상의 편견 어린 생각을 깨뜨리고 후원아동들이 처음 굳게 설 때, 마을이 가난의 고리를 깨뜨리고 자립하여 첫 걸음을 뗄 때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와 연결된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고, 행사는 끝이 났지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우리는 모두 여행을 떠나는 이들 특유의 단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여정이 불러올 변화도 기대되지만 첫 발을 뗀 지금, 우리 모두의 이 순간은 이미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글. 정유선 후원동행2팀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