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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감동 스토리, 월드비전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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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캠프 화재 현장] 권정화 파견 직원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 큰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며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불길 속에서 난민들은 힘껏 쌓아 올리던 희망의 싹마저 짓밟히는 듯 아프고 무서웠고 또다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난민캠프 화재 피해 주민들을 위해 월드비전이 펼치는 긴급구호 활동을 권정화 과장(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이 직접 전합니다.

잿더미가 된 난민캠프,
하지만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초,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 파견된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권정화입니다. 로힝야 난민캠프 8E구역에서 *‘로힝야 난민 및 수용 공동체 내 젠더기반폭력위험 경감사업‘ 진행을 위해 이 곳에 온 저는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요. 3월 중순 들려온 갑작스런 화재 소식은 따닥따닥 붙어있는 난민캠프를 직접 보아온 터라 그 피해가 얼마나 클 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9구역이지만 제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8E구역 역시 9구역과 밀접하게 붙어 있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하는 인도적지원 민관협력사업

잿더미가 된 난민 캠프 모습 모습

빽빽하게 들어선 로힝야 난민캠프 안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엄청난 화염으로 번져 캠프 약 1만 채가 한 순간에 사라졌어요.

간신히 생존에 필요한 시설들이 세워져 가던 난민캠프가 순식간에 까만 재가 되어 버린 현장에서 느낀 황망함은 지금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필품 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난민들이 있기에 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신속한 대응을 준비했습니다. 화염이 삼켜버린 난민캠프는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도 안전하게 나누어 주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키트 배분을 시작한 거예요.

알차게 구성된 ‘존엄성 키트’가
난민들에게 전해지기까지

재빨리 준비한 ‘존엄성 키트’를 빨리 나눠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피해 난민들의 수가 너무 많고, 배분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장소도 찾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까지… 바짝바짝 애가 탑니다.

잠깐, ‘존엄성 키트(Dignity Kit)’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존엄성 키트

  • 1. 휴지
  • 2. 세탁비누
  • 3. 양동이
  • 4. 속옷
  • 5. 슬리퍼
  • 6. 손전등
  • 7. 면 소재 스카프
  • 8. 막씨(옷 안에 입는 원피스)
  • 9. 면 소재 하의
  • 10. 면 마스크*

품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상을 사는 데 꼭 필요한 물품들이에요. 특별히 면 마스크*는 난민 여성들이 보호센터에서 재봉 교육을 받으며 만든 것이어서 어려운 상황 중에도 뿌듯함을 전해주는 고마운 마스크였습니다.

이렇게 키트는 알차게 꾸려졌는데, 어디서 어떻게 배분을 해야 할 지 담당자들의 마음도 분주해집니다.

드디어, 배분 장소 확보!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드디어 존엄성 키트 배분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야호! 화재 이후 4만 명 이상 난민이 쏟아져 나오며 여기저기 물품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장소 배정을 받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랍니다. 대나무 지붕이 얼기설기 엮어진 이 곳도 현지 월드비전 직원이 백방으로 애쓴 덕에 겨우 마련할 수 있었어요. 난민들이 햇빛을 피해 대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 있게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랬지만 모든 조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안전이 보장된 것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본격적인 키트 배분을 준비합니다. 만일의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되기에 저를 포함한 직원들은 바짝 긴장이 되는 순간이지요.

난민을 맞이할 준비중인 월드비전 직원들

어렵게 배정 받은 키트 배분 장소에서 난민들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월드비전 직원들

월드비전 직원, 준비 완료!

직원과 봉사자들이 난민캠프 블록 별로 담당을 정하고, 난민들을 기다립니다. 이 때 다른 봉사자들은 ‘키트 배분증’을 캠프 블록 별로 나누어 줍니다. 배분증을 미리 배포 하면 도난이나 분실 그리고 도용까지 다양한 문제가 자주 발생해서 배분 직전에 나누어 주어 사고를 예방했어요.

자리 배치를 마친채 난밀을 기다리는 월드비전 직원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키트를 배분하기 위해 난민 캠프 블록 별로 담당자를 정하고 자리 배치까지 마친 월드비전 직원들이 난민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키트를 받을 난민들은 ‘지장’을 찍어
신분을 확인해요.

드디어, 키트를 받을 난민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블록 별로 받은 배분증을 가족등록증과 함께 월드비전 직원에게 보여주면 이름, 난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하고 ‘지장’을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로힝야 난민들은 대부분 글을 쓰고 읽을 수 없어서 서명이 아닌 지장을 받고 있어요.

키트 배분을 위한 절차

신분 확인 중인 난민들

키트를 받기 전, 신분 확인을 하고 있는 난민들

난민들이 갖고 있는 배분증, 가족등록증에는 캠프 번호, 캠프가 위치한 블록 번호, 가족 구성원 이름, 성별, 생년월일, 사진이 있어서 신분과 사는 곳, 가족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난민의 신분을 확인중인 월드비전 직원

난민들의 배분증과 가족등록증

타인 수령이나 중복 배분을 막아 최대한 많은 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난민들의 배분증과 가족등록증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안전을 위해 배분증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시간을 맞추어 오시면 참 좋을 텐데.. 어디에서 이렇게 나타나시는 거지?’ 혹시라도 사고가 일어날까 주변을 촘촘히 살피는 내내 마음은 두근두근 조마조마합니다.

존엄성 키트를 받기 위해 몰린 난민들

안전을 위해 배분 시간을 나누었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며 현장의 직원과 봉사자들은 더욱 신경을 써서 민첩하게 움직였어요.

존엄성 키트를 받고 기뻐하는 주민들을 보면 그간의 고생은 기억에서 안녕~!

배분증과 가족등록증 확인을 모두 마치면, 난민들에게 ‘존엄성 키트’가 전해집니다. 장소가 좁고 물품 놓을 공간도 없어서 트럭에서 바로 전달을 하느라 고생이 더했지만 키트를 받고 씽긋~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니 그간의 고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작은 물품이지만 이 분들에게는 정말 요긴하게 쓰일 것을 알기에 한 분에게라도 더 돌아갈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난민들에게 전달되는 존엄성 키트

신분 확인을 마친 난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존엄성 키트

잠시 짬을 내어 키트를 받은 난민 여성 한 분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어요.

존엄성 키트를 받음 솔리카

“화재로 모든 것이 타버렸고 집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대나무와 방수포를 받아 지낼 곳을 마련했어요. 하지만 막상 생활에 필요한 것이 없어 막막했거든요. 오늘 물품들을 받아서 너무 기뻐요. 이제 가족들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솔리카(25세)

키트에 포함된 난민 여성들이 직접 만든 면 마스크. 희망의 씨앗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늘 배분된 존엄성 키트에는 면 마스크도 포함되어있어요.앞서 살짝 언급 드렸듯이 요것이 아주 특별한 마스크입니다. 구호기관에서 마련한 것이 아닌 난민 여성들 스스로 보호센터에서 재봉 교육을 받으며 만든 마스크거든요! 지금은 화재 때문에 임시 공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속옷과 아기 옷 등도 만들고 있습니다.

난민 여성들이 만든 면 마스크를 존엄성 키트 위에 놓아 주고 있는 월드비전 직원.

난민 여성들이 만든 면 마스크를 존엄성 키트 위에 살포시 놓아 주고 있는 월드비전 직원.

오늘, 이렇게 1500개가 넘는 가정에 존엄성 키트를 배분했습니다. 무사히 마지막 키트가 전달되고 나서야 마음이 훅, 놓입니다. 절망의 끝,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난민들을 덮친 화재 앞에서 희망조차 무색해 지던 가슴 아픈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다시 일어서고 있으며 이 위기를 반드시 견뎌낼 거예요.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은 한국의 후원자님들에게 이 곳 난민과 직원들 마음까지 꾹꾹 눌러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맡은 일을 성실히 마치고 씩씩하게 고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한국은 살랑살랑 봄이 완연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부디 코로나19에서 안전하시길, 어려운 시기이지만 따뜻한 봄날의 여유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권정화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사진 권정화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월드비전 자료실

화염이 삼킨 ‘로힝야 난민캠프’
4만 여명의 난민에게 희망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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