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빈이가 아픈 시간을 넘치는 사랑으로 견뎌낸 지금, 커서 아픈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가족
2014년 7월 도계 초등학교 앞, 낡은 트럭 한 대가 보입니다. 그곳에 환한 표정으로 꼬마들에게 문어빵을 파는 엄마 현정(가명, 39세)씨와 아빠 민성(가명, 45세)씨가 있습니다. 지난봄 월드비전에서는 전신화상을 입은 한빈이의 피부이식 수술을 위해 모금을 진행했고, 많은 분의 참여로 6천여 만원의 후원금을 가정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우리 한빈이가 다음주 24일에 수술을 받아요. 팔꿈치 관절 부위를 절개하고 자기 피부를 이식해요. 이후에는 손가락 사이사이 붙은 피부도 다듬어줄 예정이고요."
아들의 수술을 앞둔 현정씨의 표정이 들떠있습니다. 앞으로 30회에 걸쳐 얼굴과 손에 자기 피부이식이 필요한 한빈이, 미용이 목적이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그래서 보통의 가정에서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수술입니다. 마침 기말고사를 끝내고 하교한 한빈이의 표정도 밝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시험 잘 봤어요. 도덕 백점이에요."
얼굴의 마스크를 벗으며 시험 결과를 자랑하는 아이의 에너지가 밝고 당찹니다.
"저의 수술을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모님께서 늘 저에게 받은 감사를 다른 사랑으로 갚을 수 있게 잘 커야한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저는 공부도 즐겁고 친구들과 자전거 타는 거도 좋아해요. 앞으로 뭐든 더 잘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좀 잘 생겼잖아요!"
▲ 손마디와 손등의 근육이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 놓은 모양으로 굳어 유연성과 근력을 위해 재활 치료 중인 한빈이
▲ 한 여름 이식된 피부에 땀구멍이 없어 땀이 비오듯 하는데도 피부 변색과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피부 보호복 위에 교복을 입고 다시 피부 가리개를 하고 길을 나선 한빈이
한빈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커다란 고비를 넘으면 두 가지 성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스스로 고립되거나 전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으로요. 다행이 한빈이는 과묵했던 성향에서 보다 외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소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2년 전 ‘빨리 나아, 힘내!’그 메시지가 지금도 기억나요."
월드비전과 한빈이와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빈이는 사고가 있던 2012년 서울로 올라와 50일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월드비전에서 긴급 모금을 시작해, 응급치료와 수술비로 3천여 만원을 전달했습니다. 그 당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무너지지 않고 아이를 지켜낼 수 있었던 힘, 매일 아침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부모님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의 손톱과 발톱이 자라고 있었어요. 당연히 희망을 놓지 않았죠. 두 번째는 주위 사람들이 주는 용기였어요. 2012년 당시 방송과 인터넷으로 사연을 접한 분들이 힘내라는 응원과 병원비를 모금해주셔서 우리 부부가 애처럼 펑펑 울었네요. 정말 비를 쫄딱 맞고 맨몸으로 응급차에 올라 서울에 도착해 경황이 없었어요. 그런데 모르는 분들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힘든 시간을 보내는 한빈이 가족에게 낯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린 소년은 무서운 패혈증과 합병증의 고비를 잘 견뎌냈고요. 한빈이가 죽을 고비를 넘겨 눈을 뜨면 부모는 핸드폰 문자와 편지를 보여주며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통은 나눌수록 아름답습니다.
"2014년 봄에도 인터넷과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전화와 문자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후원자 분들의 편지도 인상적이었어요. 잘 될 테니 걱정 말라는 말, 그 말이 절 두렵지 않게 해줘요."
▲ 한빈이의 웃음은 여러분이 주신 선물! 여러분이 주신 응원과 관심, 사랑 잘 받았습니다.
▲ 얼마 전, 태백 지역아동센터 마켓활동에 아이들을 위해 문어빵을 후원한 한빈이 가족
"한빈이는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에요. 휠체어로 이동하다 재활 치료를 받고부터 걷기 시작했으니까요."
한빈이는 엄지손가락으로 식사하고 양치질하며 샤워 및 옷 입기를 합니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합니다. 어른들도 고통스러워서 눈물을 쏟는 드레싱과 재활치료를 30분에서 2시간으로 늘릴 정도로 병원 재활치료에 집중합니다. 당연히 병원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고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활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이만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사고 이후 가족들 역시 많이 달라졌어요. 저만 해도 예전 같으면 피곤해서 아이들 말을 건성으로 들었어요. 지금은 집중해서 듣고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큰일을 겪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어요."
힘든 고비에서도 아이들은 성장을 거듭합니다. 한빈이는 2년 전보다 키가 10센티가 자랐고 발도 커졌습니다. 엄마와 아빠 역시 한빈이에게 용기가 되는 말과 행동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한빈이의 재활치료와 피부이식 수술이 가능하게 도움을 주고 계신 후원자 여러분 역시 성장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랑은 멈추지 않고 흘러 좋은 기운을 주고받게 하니까요. 앞으로 남은 긴 치료의 시간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한빈이와 한빈이의 가족이 진심으로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한빈이 곁에서 용기 내라는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