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자유롭지 못한 재국이를 위한 아빠의 꿈은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이 웃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고 재국이를 작은 세상에 가둬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한 10년. 아빠와 11번의 마라톤과 국도종단을 함께 하며 재국이의 가슴에는 늘 한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뉴욕마라톤에서 함께 뛰는 것. 그리고 2015년 11월1일은 재국이가 꿈을 이룬 날 입니다.
오랜 비행시간을 견디는 것부터 재국이에겐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재국이와 아빠는 마침내 함께 꿈을 이루었습니다. 뉴욕마라톤 출발지점에 섰을 때, 엄청난 수의 러너들 속의 재국이를 보며 아빠는 다짐했습니다. ''재국이와 함께 신나게 달려보자.'' 약간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 재국이가 춥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압도적인 수의 러너들 속에서 표정 없이 긴장한 재국이의 얼굴을 보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재국아 많이 걱정 돼? 혹시 무섭진 않아?” “아니야! 나 괜찮아. 아빠, 화이팅!”, “그래, 재국아. 출발이야. 우리 꼭 완주하자. 보고 싶은 거 마음껏 보면서 달리자.” 드디어 두 사람의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도 못 먹고 마라톤에 참여했지만 두 사람은 배고픔도 잊은 채 오로지 달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센트럴파크까지 완주를 마치니 추운 날씨 속에 재국이 몸이 상당히 굳어있어 급히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굳은 몸을 녹이며 재국이가 계속 이야기합니다. “아빠, 너무 행복했어! 나 마라톤 계속 뛰고 싶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스무 살 까지 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올해 스무 살이 된 재국이는 뉴욕 마라톤 도전에 멋지게 성공하고 돌아왔습니다. 재국이와 아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천사 같은 후원자님들 덕분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부족하고 능력 없는 아빠를 대신해 재국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재국이의 꿈을 응원해주셨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재국이는 기적을 경험했어요. 재국이는 요즘도 뉴욕의 기억들을 날마다 이야기 합니다. 뉴욕마라톤의 생생한 현장과 함성소리, 응원의 물결을 재국이도 저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잘 양육하고 보살피라는 응원으로 알고 재국이가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