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가을볕이 그득한 전주, 5개월 만에 만난 예원이는 못 본 사이 팔다리가 한 뼘이나 자랐더군요.
"어서 오세요, 선생님! 우리 예원이 많이 컸지요!"
엄마의 얼굴에 편안함이 묻어납니다. 지난봄에 만난 예원이 엄마는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수술과 치료에 심신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몰라보게 밝은 표정입니다. 이제까지 심장 수술만 8번,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끼고 사는 예원이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기도가 막혀 코로 식사를 주입하던 예원이가 음식을 씹어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식도 수술을 받아 즙만 삼킬 수 있는 상황에서 엄마와 잦은 실랑이를 벌여야 했던 예원이는 성장을 하며 먹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습니다.
"코로 흡입을 하다가 요즘은 혼자 잘게 씹어 삼킬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순조롭지는 않죠. 국물에 말아 서너 수저 뜨는게 한 끼인데, 그마저 삼키지 못하고 걸리면 호흡곤란이 와요. 요즘은 예원가 원하는 부드러운 과일을 식사대용으로 먹일 수 있게 되었어요."
얼굴의 마스크를 벗으며 시험 결과를 자랑하는 아이의 에너지가 밝고 당찹니다.
예원이가 수박 한 조각을 포크로 집어 한입 베어 물더니 오물오물 씹어 건더기는 뱉고 즙은 조심스럽게 삼킵니다. 요즘 엄마는 예원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릅니다.
▲ 예전에는 애가 아파도 돈이 없어서 곧바로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병원에 가도 보험이 안 되는 치료는 주저했죠. 후원 이후 오로지예원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기도가 좁고 장이 약한 예원이는 묽은죽과 과일즙이 한 끼 주식입니다.여러분의 후원으로 원하는 과일을 눈치 안 보고 먹일 수 있어서엄마는 행복합니다.
▲ 여리디 여린 예원이 손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옅은 흰점을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백 개의 주사바늘 자국이랍니다.
▲ 월드비전을 통해 기관지와 폐 치료를 병행하는 기계를 들여놓고부터,1시간 마다 하던 가래 제거 회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예원이는 세상에 태어난 후 1년간 병원 중환자실과 수술실에서 생활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호흡이 곤란한 예원이를 돌보는 동안 예원이의 세 오빠는 외로웠습니다. 특히 성격이 밝고 애교 많았던 둘째 태주(가명, 12세)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세상에 무관심하고 고집이 센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후원자님들 덕분에 태주가 심리치료를 시작했어요. 예전 같으면 돈이 걱정 돼서 엄두도 못 낼 텐데 꼬박꼬박 병원에 데리고 다녀요. 예전보다 아이가 밝아져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태주는 오히려 웃음이 많아진 엄마가 좋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예원이가 편안해져서 가족 모두가 행복해졌다고 말하고요.
"후원이 생겨 예원이가 원하는 걸 양껏 먹일 수 있고, 아플 때 쫄지 않고 병원에 바로 가서 충분히 치료 받을 수 있게 되니까, 제가 생각해도 말과 태도가 한결 보드라워졌어요. 어느 날 태주가 ‘왜 그러냐’고 자꾸 물어서 미안했어요."
태주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2개를 골라도 화내지 않는 엄마, 현장학습 소식에 비용을 묻는 대신 사인해주는 엄마가 마냥 낯설고 또 좋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설 때면 가슴 설레는 인사를 합니다.
"예원아, 오빠 왔어! 엄마, 나 기다렸어요?"
▲ 낯가림이 심한 예원이와 친해지는 팁 하나, 뿡뿡이를 그려주면금방 친해질 수 있습니다. 예원이의 애교와 재롱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랑받는다는 걸 어쩜 이렇게 잘 알까요.몸이 아파서 예민한 탓에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모르는 사람이 자길 쳐다보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호기심을갖고 낯선 세상과 사람을 대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밤마다 예원이가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그래야 지금처럼 함께 모여서 산다는 걸 아는 거죠."
예원이의 숨소리가 조금만 거칠어져도 등을 두드리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온가족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야 말로, 엄마가 꿈꾸던 소소한 행복입니다.
마와 선생님 앞에서 재롱을 피우던 예원이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심장이 약하고 모든 장기가 약해서 지칠 때마다 30분씩 잠으로 컨디션을 조절합니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좁은 기도로 물이나 음식물이 넘어가면 얼굴이 파랗게 질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손가락으로 이물질을 파내야 합니다. 이 역시 예원이의 일상입니다. 그러나 여러 장애를 가졌고 자가 호흡이 어려운 예원이가 긴 수술을 견디고, 스스로 식사를 하고 걷는 모습, 존재 자체가 기적입니다.
▲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에 큰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예원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러나 예원이 가족에게는 얼굴도 모르는 자신들에게 보여준 여러분의 관심이야말로 기적이고 선물입니다.
"예원이가 오늘 하루도 잘 견뎠습니다. 아이를 잘 지키라고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물도 못 삼키던 아이가 젖병을 떼고 돌이 지나도록 웅얼거리던 아이가 지금은 좋은 보살핌을 받으며 재잘거립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견디면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치료비 걱정 없이 가족이 함께 생활하도록 도와주신 후원자 여러분께 예원이와 예원이 가족이 진심으로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남은 수술과 치료를 마칠 때까지 예원이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